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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로 따뜻한 세상만들기_유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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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일첨부 유영제_20111202.jpg
  • 작성자백승희
  • 날짜2011-12-05 00:00:00
  • 조회수407

과학기술은 산업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고 깨끗한 에너지와 환경을 제공하는 도구이기에 공대 교수로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기술이 세상을 따뜻하게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 공대 교수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가 들면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 경우 보청기를 사용하게 된다. 성능이 우수하고 귀에 쏙 들어가는 좋은 보청기가 개발돼 판매되고 있지만 이런 것은 값이 비싸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렇게 값비싼 보청기를 구입할 수 없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 그래서 전기공학 전공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아직 완성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필리핀 농촌을 방문했을 때 그곳을 안내한 한국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필리핀 농촌 사람들에게 피부병이 많은데 소득에 비해 치료비가 너무 비싸 병원에는 못 간다고 한다. 이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피부 연고를 발라주니 피부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것이다. 좋은 봉사 활동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피부병에 걸렸느냐고 물으니 물이 더러워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필리핀 농촌의 시냇물은 가축의 분뇨 등으로 심하게 오염이 돼 있는데, 그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피부병은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피부 연고를 발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값비싼 정수기를 구입해 사용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이런 이야기를 동료 교수들과 나누다 보니, 물을 깨끗하게 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좋은 일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같이 협력해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현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물을 얻기 위해 하루 몇 시간씩 걸어 다녀야 하고, 그래서 학교 갈 시간조차 없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밥 해먹을 에너지가 없어서 인근 산에 있는 나무를 벨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 주민들. 전기가 없어서 밤에 책을 볼 수도, 인터넷을 할 수도 없는 학생들….

 

하천이 오염되고, 지하수도 없는 동남아시아에 방학이 되면 학생들과 같이 가서 빗물을 받아 식수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수. 네팔의 도심에서 10시간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 오지에 가서 태양광판을 설치해 전깃불이 들어오게 해준 교수. 망고가 많이 생산되지만 한쪽에서는 팔리지 않아 썩어가는 곳, 그곳에 가서 망고를 건조시켜 팔게 해줌으로써 수익을 보게 해준 이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 과학기술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그리고 주위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지구 전체 인구의 40% 정도인 약 25억명이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값비싼 첨단 기기를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그들 수준에 맞는 적정한 수준의 기술과 제품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돈과 빵을 무한정 줄 수는 없다. 그들에게 맞는 과학기술을 가르쳐주고 교육시켜야 한다.

 

과학기술은 주위의 가난한 이웃에게, 현대문명의 혜택을 못 받고 지내는 지구촌 이웃에게도 쓸모가 있다. 과학기술자로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과학기술의 또다른 역할이다. 사회적 약자(弱者)를 위한 과학기술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쓸모 있는 과학기술이 더 많이 보급되고 그래서 따뜻해지는 세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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