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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교수 - "위기(?)의 삼성, 문제 알고 해결 능력도 있어…인재 운용 들여다봐야"

작성자
조효선
작성일
2024-12-24
조회
142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등이 계속 1등을 유지하려면 변수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까지 거의 모든 것을 대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R&D)과 제조 등 보유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법입니다. 미국 IBM이나 인텔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도 장기간 1등을 할 때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삼성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9일 김지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최근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등에서 뒤처지며 위기론이 나온 삼성전자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인력 부족과 핵심 인력 유출, 인재의 근무지 선호도 불균형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로 예상되는 자국우선주의 등 반도체 산업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소재·공정을 혁신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 물성과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화합물(compound) 반도체 분야 관련 연구로 수백 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해 1만 회가 넘는 피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전기화학회(ECS) 석학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의 문제점으로 먼저 인력 규모를 지목했다. 다른 해외 기업과 유사한 업무를 비교했을 때 같은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이 적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으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약 6만명,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만명이고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인 삼성LSI는 1만명, 미국 퀄컴은 4만5000명 수준이다.

김 교수는 "리소스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며 "절대적인 인력뿐 아니라 개발을 주도해야 하는 핵심 부서의 경력 엔지니어 유출이 개발 속도와 연속성을 저해한다"고도 설명했다. 내부적으로는 우수 인재가 수도권을 선호해 지방에 있는 일부 사업부에 인재 불균형이 생기는 문제도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최근 거론되는 반도체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제한 예외 적용에 대해서는 "52시간 근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똑같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이 52시간 근무제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지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김지현 교수 제공

김지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김지현 교수 제공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반도체 인력 유출과 지역 불균형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개발을 주도해야 하는 핵심 파트 경력 엔지니어가 경쟁사나 지원부서로 이동하면 기술 개발 속도와 연속성이 저해된다. 특히 힘들다고 알려진 공정인 에치(etch), 포토(photo), 클리닝(cleaning) 부서 등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보상 체계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 지나친 수도권 집중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족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우 우수 인재가 업무 분야보다 지역을 우선순위로 두면서 제품 개발에 필요한 공정 사이에 인재 불균형이 생긴다. 성과급 차이로 인한 사업부 선호도도 고려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직원들도 청주보다는 이천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Q. 삼성전자에서 '조커 카드'처럼 투자하고 있는, 또는 할만한 반도체 기술이 있나.

"현업에서는 어느 것이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소자나 패키징의 구조·소재, 전공정·후공정 등 거의 모든 시나리오를 대비한다. 삼성전자 HBM은 차차세대 기술인 Cu-Cu(구리-구리) 본딩 기술을 통해 고성능 HBM을 대비 중이다. V낸드(VNAND) 분야에서는 웨이퍼본딩 기술로 소자를 200층 이상 쌓을 수 있는 구조도 개발 중이다."

Q.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자국우선주의 등 정책 변화가 반도체 산업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에서 보는 전망과 대비책이 있는지.

"먼저 메모리 산업을 전통적인 메모리와 맞춤형인 인공지능(AI) 메모리로 구분한다면 AI메모리가 업사이클에 있어 매출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학계는 차차세대 연구기술 개발과 고급 인력 양성이 주가 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기초 물리와 화학 교육이 매우 중요해졌다.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 미국 자국우선주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기업에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도 이를 테스트하고 실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부에서는 대학, 대기업, 반도체 장비 업체를 클러스터로 만든 IMEC 모델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 안에 IMEC 같은 테스트베드가 만들어지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장비 업체는 미국 램리서치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대학 주도로 교내에 반도체 소재 및 국내외 장비업체 클러스터를 만들면 미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우수 인력도 양성할 수 있다. 서울대도 여러 우수 연구소가 있어 교내에 산학클러스터를 만들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Q. 반도체 학계에서는 국제 교류가 활발한지 궁금하다.

"반도체 학계는 산업과 밀접하기 때문에 그동안 현업과 관련된 연구는 비밀유지계약(NDA)과 보안 규정 등으로 제한돼 국제협력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 또 미국 대학은 미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반도체 관련 국책과제가 한정적이라 한동안 반도체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미국 웨스트라파엣 근처에,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근처 미국 대학들이 서울대를 포함한 한국 대학들에 연구 교류를 요청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미국 반도체 학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사 출처: "위기(?)의 삼성, 문제 알고 해결 능력도 있어…인재 운용 들여다봐야" :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