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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사라지면 나타나는 신비한 현상_이윤우교수

작성자
백승희
작성일
2009-07-31
조회
2460
 
경계가 사라지면 나타나는 신비한 현상

-임계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009년 07월 27일(월)





 
 

‘미강’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미강은 순수 우리말로 쌀겨. 현미를 도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쌀겨와 쌀눈이 혼합된 가루다. 명주천 주머니에 이 가루를 넣어 만든 쌀겨주머니로 얼굴을 닦으면 윤이 날 정도로 피부가 좋아진다.



예로부터 여성들이 쌀겨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쌀겨에 들어 있는 각종 비타민류와 기능성 배당체, 불포화지방산 등은 보습과 미백에 좋다.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과 리놀렌산도 풍부해 피부에 적당한 유분을 공급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쌀겨들은 가축의 사료나 비료로 사용될 뿐이다. 나머지는 버려진다. 최근 미 농무부(USDA)의 ‘세계 농산물 공급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쌀 생산량이 2009년 450만 톤 정도이고, 쌀 소비가 454만 톤인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쌀겨들이 그대로 버려진다는 이야기다.



쌀겨는 쌀이 함유하는 영양 성분의 95%를 차지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높은 영양분 이 쌀겨의 이용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옛말. 최근에 불어 닥친 기능성 식품의 열풍은 버려지는 쌀겨를 새로운 식품자원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그 토대가 바로 초임계유체기술이다.




알 수 없는 초임계유체 현상



현재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윤우 교수는 초임계유체기술을 연구하는 학자다. 이 교수는 지난 7월 21일 한국식품연구원 소회의실에서 ‘미래를 여는 힘-초임계유체기술 : 초임계유체의 특징, 응용, 전망에 대하여’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의 주제는 새로운 식품의 이용가능성이지만 더욱 관심을 끈 건 바로 초임계유체기술이다. 임계점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존재하는 기체는 압력을 가하면 액체가 되고, 액체는 온도를 높이면 기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물질의 성질. 그러나 초임계점 부근에선 매우 독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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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윤우 교수 
이 교수는 “이산화탄소 기체의 경우, 임계 온도인 32℃ 이상에선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액화되지 않고, 이산화탄소 액체의 경우, 임계압력인 74기압 이상에선 아무리 가열을 해도 기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질을 임계 온도와 임계 압력 이상으로 유지시키면 초임계유체가 되며, 기존의 용매와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



이때, 용매의 용해력은 용매의 밀도가 증가하면서 액체나 고체를 용해하는 능력이 커진다. 초임계유체는 점도와 표면장력이 작아 추출 대상으로의 침투성이 좋아 추출효율이 향상되고, 확산계수가 커(액체의 약 100배) 물질전달이 매우 빨라진다.



이산화탄소의 경우, 임계온도가 낮아 저온에서 추출 가능하고, 승온 및 냉각에 소요되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인체에 무해하고, 불연성, 화학적 안정, 낮은 임계온도, 변하지 않는 용질성분 등의 특성도 초임계이산화탄소 용매의 장점이다.



일찍부터 식품, 음료 혹은 향기 성분의 분리, 정제나 가공으로 널리 사용된 초임계이산화탄소 용매는 카페인과 같이 낮은 분자량을 갖는 물질은 잘 용해시키고, 커피 향과 관계 있는 탄수화물 또는 펩티드 등은 제한적으로 용해시켜 향을 그대로 커피원두에 남겨두며 카페인을 제거해준다. 1970년대부터 활용된 이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0만톤 이상의 디카페인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웰빙 열풍 타는 초임계유체기술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웰빙 열풍을 타고, 건강, 환경에 있어서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찾는 ‘로하스(Lohas)족이 생겨났다. 이들의 욕구에 맞는 로하스 마케팅을 벌이는 식품업계의 트렌드에 발맞춰 초임계유체기술의 발전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교수는 “최근 들어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로하스 마케팅’에 초임계유체기술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이 교수는 (주)유맥스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초임계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참기름 생산 공정을 개발했다. 이는 생산용량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인 식용유 생산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국제적 평을 듣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존 방식은 대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착유하기 때문에 향 보존이 어려워 고소한 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참깨를 볶았지만 초임계이산화탄소로 추출한 참기름의 경우, 밀폐된 상태에서 추출해 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



즉, 태우지 않고 볶은 참깨로 만들어 쓴맛이 없고 탄화물질이 참기름에 혼입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으며, 영양 물질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어 건강지향 웰빙 참기름이라는 설명.



또 하나가 바로 미강(쌀겨)을 새로운 건강 기능식품인 ‘초임계 탈지 미강 파우더’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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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임계탈지미강파우더 제조공정 


이 교수는 “미강은 약 20%의 지질을 함유, 금방 산패되고, 악취가 나서 식품재료보단 동물용 사료로 대부분 사용되어 왔다”며 “이번에 미강에 함유된 지질 성분을 초임계이산화탄소로 제거한 후, 이를 분쇄, 식품소재에 적합한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개발된 초임계 탈지 미강 파우더는 식이섬유가 매우 높아 비만, 당뇨 등에 탁월한 생리활성효과가 있으며 저칼로리(239.6kacl/100g) 식품으로 슬림 다이여트에 효과적이다. 또 양질의 고단백질, 풍부한 미네랄, 그리고 다양한 항산화 성분을 다량 함유, 기능성 식품의 소재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미강은 지질 함량이 높아 입자의 재응집/뭉침으로 입자 제조가 불가능했던 반면, 초임계탈지 미강은 지질 제거로 1000mesh 이하 입자가 가능, 식품 제조가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로 밀가루, 쌀(백미)의 약점을 보완하고,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의 첨가제, 식이섬유가 풍부한 빵, 과자, 발효식품(요구르트 등), 차, 음료, 우유 등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미백, 기미, 주근깨 등의 건강팩이나 비누 제조에도 사용될 뿐 아니라 당뇨, 위장병, 감기, 고혈압 환자들의 환자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



액체도 기체도 아닌 신비한 물질 현상 ‘초임계유체 현상’은 식품과 의약품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먹어도 살이 빠지는 빵, 당뇨를 고치는 쌀밥 등 기존엔 상상도 못했던 기능성식품이 이젠 허황된 생각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쌀겨 등과 같이 버려지는 막대한 폐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임계유체기술의 활용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68f6b1a2-c040-11e6-a1a2-080027b832a1.gif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68f6b1a2-c040-11e6-a1a2-080027b832a1.gif저작권자 2009.07.2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