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및 수상소식
서울대서 10여년 장학사업 ‘신양 할아버지’ 정석규씨 “이 사회서 얻은 재산, 사회 환원은 순리”
서울대 학생들, 기부왕 '신양 할아버지'에 報恩행사
조선일보 2010.10.1.이석호 기자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하얀 천이 걷히자 작은 합판 280개를 붙여 만든 모자이크 초상화(가로 1.4m, 세로 2m)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그림 앞에 섰다. 24년간 서울대에 총 133억원을 기부한 정석규(81) 신양(信陽)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제가 사회에서 얻은 재산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얻어진 것이니, 여러 사람을 위해 환원하는 것은 순리입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 ▲ 20여년간 숱한 서울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온 신양문화재단 정석규 이사장을 위해 학생들이‘감사 이벤트’를 열고 직접 만든 모자이크 초상화를 전달했다.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30일 오후 4시 서울대 학생들이 '신양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정 이사장을 위해 마련한 보은(報恩)행사가 법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정 이사장과 학생 1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7월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계기가 돼 추진된 행사로, 학생 20여명이 기획한 이벤트다.
경남 마산 빈민촌에서 태어난 정 이사장은 공업학교에 진학했다가 해방 후 서울대 화학공학과(48학번)에 입학했다. 고무공장에 다니며 기술을 익혀 태성고무화학을 경영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1998년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1986년 서울대 개교 40주년 때 10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장학금을 늘리고 건물도 세웠다.
지난달 13~15일 캠퍼스에서 초상화 그리기 행사에 나선 학생들은 이날 액자에 담긴 초상화를 전달했다.〈본지 9월 13일자 A13면〉 학생 200여명이 쓴 편지를 엮어 만든 책도 선사했다.
정 이사장의 장학금을 받은 '신양 장학생' 가운데 졸업생 대표로 참석한 이경진(27·교사)씨는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이 부끄러워 차마 말을 못하고 있으면 '나도 장학금 받아 학교 다녔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보답하면 된다'고 얘기해 준다"며 "그동안 감사한 마음을 전하지 못해 짐으로 남았었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두 차례의 후두암 수술로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정 이사장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란 제목으로 A4용지 5장 분량의 강연문을 준비했다. 한 학생이 대신 읽었다.
"오늘 학생들이 베풀어 준 행사에 감사드리며 이 행사가 다 같이 잘사는 아름다운 사회의 실현을 위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