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초보 과학자들이여, 노벨상은 잊어라”
작성자
최창균
작성일
2010-10-30
조회
1118
“초보 과학자들이여, 노벨상은 잊어라”
[포커스신문사] 2010.10.29
‘노벨생리학상’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
노벨상 수상자는 어떤 사회ㆍ문화적 배경에서 배출되는 걸까. 본지에서는 지난 3년간 수십 명의 노벨 수상자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에 관심과 적성을 발견했고 부모의 격려와 좋은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에 ‘산화질소’ 연구로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루이스 이그나로(Louis J. Ignarro) 미국 UCLA 의대 교수의 경우도 좋은 예다. 건국대 초빙 교수이기도 한 이그나로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의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좋은 연구과제의 선정과 최선의 논문 작성법’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의 후 이그나로 교수를 직접 만나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던 유년기 체험 활동과 연구 성과, 그리고 효과적인 연구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강한 동기부여로 배경지식 쌓아
주목받는 주제 정한 뒤 연구해야
- 유년기부터 화학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과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나는 항상 화학과 생물에 관심이 있었다(I’ve always been interested in chemistry and biology). 어린 아이였을 때, 나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화학도구 세트를 가지고 놀았다(As a child, I spent a lot of time playing with chemistry set). 항상 강한 호기심을 느꼈는데, 어떻게 하나의 화학물질이 다른 화학 물질과 결합되면 색깔이 변하거나 용해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폭발하는지 궁금했다. 화학에 대한 관심을 아주 어린 나이에 발견했던 것 같고 생물에도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동물들이 보고 듣고 의사소통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은 어디로 가고 인체 내부에서 어떻게 변하는 걸까 등등 질문들을 10세부터 12세 때 가졌다. 이런 연유로 나이가 들면서 계속해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과학과 생물 분야로 나아가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That was my stimulus to go into science and biology).
- 노벨 수상자의 학창시절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다. 당신은 어떤 학생이었나.
▶ 나는 공부를 꽤 잘하는 학생이었다. 실패하는 게 두려웠고 열등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반에서 항상 1등이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좋은 교육의 가치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셨다. 그들은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로 뉴욕에서 만나서 결혼하셨다. 아버지는 영어로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셨다. 그래서 나를 도와주지는 못하셨지만, 좋은 교육을 받도록 격려해 주셨다. 그들은 자신들이 기회를 갖지 못해 배우지 못한 것들을 나는 배우기를 원하셨다(They wanted me to learn things that they did not have opportunities to learn). 아버지는 내가 자신처럼 배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셨다(My father did not want me to be a ship builder like he was). 그들은 내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도록 격려하고 동기부여를 했다. 그렇다고 공부하라고 밀어붙이진 않으셨다.
- 산화질소의 역할과 효과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산화질소 연구가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 산화질소는 모든 사람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분자는 약물학뿐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중요하다. 산화질소를 처음 발견했을 때, 이 물질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잘 몰랐다. 심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생산하는 그저 또 하나의 화학물질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나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 산화질소의 목적은 중풍,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산화질소를 생성하는 이유였다. 우리 인체에서 충분한 양의 산화질소를 생성하지 못하면 중풍,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에서는 충분한 산화질소가 분비돼서 중풍이나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는다. 이 발견 덕분에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데, 인류를 위해 중요한 발견이었다.
-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우선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노벨상에 도전하고 싶은 한국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 학생들에게는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기초 연구를 탄탄하게 해야 한다. 기초 연구에 열정과 흥미를 느껴야 하고 일단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탄탄한 배경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좋은 연구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분야마다 답을 기다리는 질문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암을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암의 종류는 상당히 많고 우리는 많은 돈을 들여서, 암과 관련된 연구를 한다. 그런데도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많은 사람들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걸까. 많은 어린 학생들이 주의력결핍장애, 학습장애,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걸까. 이 모든 분야가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젊은 과학자들은 어떤 분야가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독창적인 연구,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를 위해서 할 일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실행에 옮기면 된다. 이런 식으로 연구를 지속하면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고 나중에는 노벨상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학자로서의 경력 초기에 노벨상부터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러다가는 너무 큰 압력, 스트레스, 실망감에 사로잡히게 될 수 있다. 나의 조언은 충분한 경력을 쌓기 전까지는 노벨상을 잊어버리기 바란다(My advice is to forget about the Nobel prize until you’ve established your career).
이동호기자
[뉴스제공 : 포커스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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