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전세값과 너무 비싼 배추값 CFE-viewpoint-196 김이석 | 2010-11-01 |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 임대가격 사이에 현격한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매매가격은 하락하거나 상승하지 않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경기변동에서 경기하락기에 주택의 구매를 미루고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발생하는 현상이며, 부동산시장에서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조정되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배추값 파동 때와 달리 서둘러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과 같은 대책을 발표하는 법석을 떨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역(逆)전세란이란 말을 들은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 언론에서는 전세대란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경기변동 과정의 하나로 주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시기를 저울질하기 어렵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고 전세를 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계절적 수요가 겹쳐, 특히 재개발에 따라 신규 전세수요가 발생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의 매매가격은 상승기미가 없는 가운데 전세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비록 전세 임대가격이 급등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주택매매 가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주택 매매가격과 임대가격의 격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세가격의 상승은 종부세나 양도세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비난받아야 하는 것일까? 최근의 전세가 급등과 관련해서 드는 몇 가지 의문들에 대해 경제원리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주택 매매가격과 주택 임대가격의 현격한 격차
전세금의 급등 상황을 언론에서는 전세대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용어의 사용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먼저 현재 전세 임대 가격은 매매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이론의 측면에서 보면 이 상황을 대란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의문이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즉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리고 특별히 주택의 매매가격이 다른 재화들의 가격에 비해 더 빨리 상승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아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기회비용을 지불한다. 예를 들어 만약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낮아서, 3억원의 매매가를 가진 집에서 살고 있는 길동이가 그 집을 전세로 2억원에 임대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는 3억 원에 그 집을 팔고 2억원을 전세금으로 내고, 나머지 1억원을 채권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정기예금을 하여 이자소득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길동이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전세기간이 끝나서 받을 2억원의 가치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하락할 것이지만 그 주택의 매매가격은 최소한 인플레율만큼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세대란이라는 용어 자체가 현재 우리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통상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뿐임을 고려할 때 이 용어는 전세가가 주택가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특별히 이상한 상황이 아님에도 마치 그런 것 같은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용어는 현재 상황을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경기변동과 맞물려 주택의 매매가격은 하락하거나 상승의 기미가 약한 반면, 전세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을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투기적으로 예상하는 (엄밀하게는 인플레율보다 더 낮은 율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많은 사람들이 구매보다는 전세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투기적 예상에 변화가 없게 되면 아마도 전세금은 매매가격과 같아지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전세금이 매매가격 수준으로 높아지거나 심지어 역전되면 사람들이 다시 주택 구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전세금 급등은 어떻게 보면 경기변동의 한 국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가진 자에 대한 응징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사람들이 주택을 구매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것은 주택가격의 상승에 대한 기대이지만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한다든지,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는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중과(重課)한다든지 하는 정책들은 주택보유의 매력을 줄이고 임대를 선호하게 만들 것이다.
주택매매가격이 전세 가격에 비해 현저히 높은 상황에서 경제적 여력이 모자라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고 전세 세입자로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종합부동산세의 신설이나 강화, 그리고 2채 이상의 양도소득세 중과는 어쩌면 심정적으로 기분이 좋은 소식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임대를 할 주택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전세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비록 심정적으로는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이런 정책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그에게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한 때 양도세 비과세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을 때 청약이 늘어났었으며, 당시에는 전세대란과 같은 조짐이 없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소위 전세가 급등은 경기변동적인 요소와 주택가격의 인플레이션 비율을 상회하는 상승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고, 새롭게 종부세나 양도세가 신설되거나 강화되지 않았기에 이것을 원인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기회를 통해 우리는 세입자의 처지는 임대자의 처지를 곤궁하게 만들수록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이며, 임차인의 처지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비슷한 유형의 오해는 세금 부과를 두고도 이루어진다.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빈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부의 형성 자체를 방해해서 자본축적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빈자들을 고용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투자될 자본”이 없게 되어 고용기회를 잃거나 자본들 사이의 경쟁 약화로 빈자들의 임금이 높아질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빈자들이 부자들의 부를 박탈하고자 하는 정책을 지지하게 되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기회가 박탈당하게 되는 셈이다. 부동산시장에도 이와 마찬가지 동학(動學)이 작동하고 있다. 주택을 구매할 매력이 떨어지게 만들수록, 그만큼 임대를 위해 공급되는 주택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장과 정부의 값싼 배추 공급 확대 주장
전세대란의 대책으로 전세가격 통제 주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배추 값이 폭등하자 정부를 비난하며 정부가 나서서 “값싼” 배추를 공급하라고 했었는데, 이와 유사한 주장이 전세 값 급등 후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시장의 가격 기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그런 점은 배추가격의 폭등이 큰 문제를 일으킬 것처럼 비쳤지만 사후적으로 볼 때 이것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높은 배추가격은 배추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이를 다른 대체재로의 수요로 전환시키는 한편 공급을 늘리게 하였다. 어떤 사람들 눈에는 서울시나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준 덕분에 배추가격 파동이 잠잠해진 것으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상인보다 더 값싸게 배추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세금”을 써서 중국산 배추건 국내산 배추건 시장가격으로 사와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당할 수 있었을 뿐이다. 아울러 우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지불한 것은 배추 값 이외에도, 이렇게 쓰인 “세금”을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면서 기다린 비용을 포함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보면 결국 실제 배추를 사기 위해 들어간 돈은 정부도 마찬가지로 들였고 배추값 보전을 위해 들어간 세금을 고려할 때 소비자-납세자들이 낸 돈도 더 적어지지 않았음에도 몇 시간씩 줄을 서는 비용이 더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장도 정부의 값싼 배추공급 확대 주장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공공임대주택도 임대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더 낮을 때 비로소 임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이고 그렇게 책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메운 가격차의 보전금액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경제적 이득이 출창 된 것은 전혀 없는 반면, “값싼”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는 “줄서기” 경쟁과 “줄서기” 비용을 고스란히 새로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특별한 통찰력을 가지지 않더라도 이런 줄서기 와중에서 줄서기의 비용이 너무 크거나 기대되는 이익이 너무 크면 뇌물을 통해 새치기를 하려는 사람이 발생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마도 정부나 정치권은 배추 값 급등이나 전세가 급등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부재에 대한 질책이 높아지면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시늉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소위 민심을 달래야 하는 것인지는 경제학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물론 경제학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그런 시늉을 하는 것도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 것임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많은 시장을 대신해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혹은 해결한 것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정치권은 필요하다면 시늉에 그쳐야 하며 오버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전세대란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정부의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조치들이 없었다는 점은 다행이다.
전세가격 급등에 따른 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확대도 찬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인위적인 낮아진 금리”로 인해 그렇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부실대출이 동시다발적으로 행해지게 될 것인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다. “금리가 다시 올랐을 때” 대출된 전세자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현재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은행이 아직 주택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 가격이 현저하게 낮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정부의 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있고 이 대출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실화될 위험이 없는 것으로 은행들이 판단하고 있다면, 은행의 대출행위에 대해 간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세금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 전세가가 낮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오히려 복지에 더 큰 손실을 볼 사람들에게 이런 전세자금의 대출은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과정을 왜곡시키는 정부 개입 없어야
보통의 상황에서는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이 커다란 격차를 보일 이유는 별로 없다.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 임대 가격 사이의 현격한 격차는 인플레이션의 상존, 혹은 통화팽창 등에 따른 주택경기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의 기대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자본이득의 기대심리가 약화되는 (부동산)경기 하락국면에서는 그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심지어 역전할 수 있는데 현재의 전세가격 급등이 바로 이런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전세가격 급등을 전세대란과 같은 용어로 묘사하는 것은 자칫 시장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는 정부개입을 정당화하기 쉬우므로 신중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전세가격 급등과 관련해서도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등과 같은 정책은 부자 증세 정책이 빈자의 처지를 개선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세 수요자를 약자라고 부를 경우 약자를 도와주지 않음도 확인하였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 전세가 급등 현상이 벌어졌으나 정부가 배추값 파동 때와는 달리 서둘러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과 같은 대책을 발표하는 법석을 떨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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