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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공부에 대한 조언

작성자
구본준
작성일
2010-12-27
조회
512
 화학공학과 선배이기도 하신

메릴랜드대학교 최규용 교수님께서

후배들을 위하여 작성하여 놓으신 글을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후배님들께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기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글이 있으니

아래를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ench.umd.edu/~choi/hangul/index.htm

 

학과 공부에 대한 조언

 

미국 대학 대학원에서의 학과 공부라고 해서 한국 대학에서의 학과 공부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어 강의를 들어야 하고 잘 알지 못하는 동료 학생들(Classmates)과 강의를 들어야 하며

학점이 B이상 되어야 한다는 점이 다소 stressful할 뿐이다.

 

그러나 기왕에 학과 공부를 할 바에야 우수한 성적을 올리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학원에서는 연구 중심이므로 실제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기회로서 좋은 대학원 과목을 수강하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이공계 과목의 경우, 인문 사회계에 비하여 영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주로 수식을 다루기 때문에

영어 때문에 큰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Term Project가 있는 과목의 경우에는

영어로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하에서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소개하고저 한다.

 

Conceptual Understanding과 평소의 공부 습관

 

이공계 과목에서는 외우는 것보다 개념의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떤 현상이나 이론에 대해 정확한 개념과 이해가 있어야만

다른 문제의 해결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과목이든지 대개 1주일에 한번씩 숙제 (Homework Assignment)가 나가게 된다.

많은 학생들을 보면 숙제문제를 풀때

 

1)우선 문제를 읽고,

2) 교과서의 해당 부분을 뒤적이며,

3) 숙제 문제와 비슷한 예제(Examples)가 있는지 찾아보고,

4) 요행히 비슷한 문제가 있으면 해답을 읽어보고

5) 풀어야 할 숙제 문제로 되돌아가서,

6) 적절한 수식에 숫자를 대입하여 해답을 내는 방식을 쓰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다보면 숙제 문제 몇개 쯤이야 별로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숙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별로 없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교과서 본문에 있는 예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를 읽어보고 곧바로 그 밑에 나와있는 해답을 본다.

아주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이 되어 있어서

웬만한 학생이라면 술술 읽어 나가면서 다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아하, 이 문제는 이렇게 해서 풀면 되니까 아주 간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곧 다음 예제로 나가게 된다.

 

이러한 공부 방식은 아주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배우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예제의 해답을 봄으로써

자신이 스스로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해서 문제 해결을 한 것이 아니고

저자가 이미 풀어 놓은 해답을 그저 <구경>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평소에 공부를 하다 보니

시험 문제에 조금만 응용문제가 나와도 당황하게 되고

우왕좌왕 하다가 한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공부할 때는 항상 백지(Blank Paper)를 이용한다

 

학과 수강을 하다 보면

하루 강의에서 배우는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대개 1주일 분의 강의를 다 들은 다음 <이제 슬슬 한번 볼까?>하고 강의 노트를 꺼내 들여다 보면

의외로 공부한 내용이 많게 생각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하고저 한다.

 

, 우선 백지를 몇장 준비하고

그날 또는 그 주에 배운 강의의 주제를 맨 위에 적는다.

그리고는 노트와 책을 덮고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기억해서 한번 써본다.

십중 팔구 몇줄 쓰다가 쓸게 없어서 금방 막히게 될 것이다.

 

이때 노트를 펴고 강의 내용을 처음 부터 끝까지 읽고 무엇이 핵심 내용인가 파악하도록 한다.

그리고는 다시 백지로 돌아가서 강의 내용을 몇가지 subsection으로 나누어 소제목을 붙여본다.

 

, 전체 강의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윤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각 소제목하에 상세하게 배운 것을 써본다.

아마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쓸 것이 별로 없거나 잊어버린 내용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노트와 책을 열고 각 소제목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시 읽고 이해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백지로 돌아가 아무 것도 보지 않고 내용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서

나중에 자신이 강의 내용을 대부분 백지에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해본다.

 

예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이다.

 

예제를 읽되 그 밑의 해답을 종이로 가린다.

문제를 읽어보면 답이 알고 싶어 무척 궁금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그 밑의 해답을 보면 당장 궁금증은 해결이 되겠지만

몸에는 독(Poison)이 되는 것이다.

 

절대로 해답을 먼저 보아서는 안된다.

그대신 백지를 준비하고 자신이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풀어본다.

이때 노트와 책을 뒤적이며 보아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경우, 금방 막히게 될 것이다.

이때 결정적인 주의 사항은 <결코 해답을 보아서는 안된다>라는 것이다.

 

문제 풀다가 막혀서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으면

노트와 책을 열고 해당되는 내용을 다시 공부한다.

수식의 유도, 이론의 개념, 의미 등을 되새기면서..

 

그다음 다시 노트와 책을 덮고 문제 풀기에 다시 도전한다.

아마 처음 보다 나아졌을 것이다.

다행히 문제를 다 풀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또 막힌다면 이번에도 역시 <해답을 보아서는 안된다>이다.

 

다시 노트와 책을 열고 해당 부분을 공부한 다음

그것들을 덮고 문제 해결에 재 도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몇번 반복하다 보면

어떻게 해서든지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도저히 어떻게 풀 수가 없으면

그때 마지막으로 해답을 본다.

 

자신이 어디에서 막혔는지를 우선 알아낸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 일단 해답을 보고 <아하, 이렇게 푸는구나> 하고 넘어가면

아무것도 배우는 것이 없게 된다. 

 

, 다시 백지로 돌아가서 해답을 가리고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조금 전에 해답을 보았건만

다시 문제를 풀려고 보니

해답의 내용이 가물 가물하게 생각날 것이다.

 

이 때 다시 해답을 보면 아주 몸에 나쁜 독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시 노트와 책을 열고 공부를 한다음 풀든지

더 생각을 하든지 해서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해야한다.

 

이러한 방법을 처음 하다보면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No pain, no gain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처음에는 귀찮고 자꾸 해답 보고 싶고,

또 책을 보고 문제 풀고 싶겠지만

이러한 방법을 얼마 동안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problem solving skill이 향상될 뿐 아니라

교수의 강의도 이해가 쉬워지고

숙제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처음의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디어 내지 못하면

설령 숙제는 그럭 저럭 해 낼 수 있어도

실력은 별로 늘지 않고

시험 성적도 신통치 않게 되는 것이다.

 

배운 내용을 남에게 가르친다고 생각해 본다

 

또 한가지 방법은 평소에 공부할 때

공부한 내용을 남에게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강의 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교수들이 강의를 할 때는

나름대로 많은 시간을 들여

어떻게 하면 어려운 개념이나 이론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가르칠까 고심한다.

 

가르쳐야할 것들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남을 가르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남에게 가르친다고 가정한 다음

강의 노트도 만들어 보고

실제로 혼자서라도 소리내어 강의하는 연습을 simulation해 보면

아주 효과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강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미국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영어로 해야 할 것이다.

 

이때 입속에서 영어로 말하지 말고

반드시 소리내어 해 본다.

 

아마 가장 적절한 장소는 자신만이 있는 아파트일 것이겠지만.

이러한 방법은 재미도 있고

또한 자신이 어떠한 부분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금방 알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꼭 해볼 것을 추천한다.

 

강의실에서는 앞쪽에 앉는다

 

강의실에 들어가 보면

이상하게도 학생들이 뒷좌석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공부 못하는 학생일 수록 뒤에 앉는 경향이 농후하다.

 

열역학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자면

그 이유는 뒷자리에 앉을 때가 Free Energy가 제일 낮은,

즉 가장 편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앞에 앉은 학생들의 뒷통수와 창밖을 내다보며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기도 좋고

꾸벅꾸벅 졸아도 교수에게 잘 들키지 않으며

강의를 들으면서 다른 것을 몰래 해도 잘 들키지 않는다.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러나 문제는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뇌에 자극을 주는 동적인 과정(Dynamic Process)이라는 것이며

그러한 상태에서는 에너지가 높아지게 된다.

, 바짝 긴장하고 집중해야

지식의 전달이 효과적으로 이루어 진다는 얘기다.

 

또한 앞쪽에 앉으면 교수의 말소리도 잘 들리고

칠판의 글씨도 잘 보이고

잡념을 하기도 힘들어지고

교수와 눈을 마주칠 기회도 많게 된다.

 

그러니 아무래도 뒤에 앉은 학생보다는 학습 효율이 높아질 수 밖에.

 

다만 가끔 열성적으로 강의하는 교수의 침이 튀겨올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마당에

그 정도 쯤이야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쨋든, 강의실에 가면 앞쪽에 앉도록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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