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태석 신부, 세상을 울리다’

작성자
최창균
작성일
2011-06-03
조회
524

[캐나다한국일보 오피니언/독자광장]

조정대의 시와말

‘이태석 신부, 세상을 울리다’ 

  

 

십자가 앞에 끓어 주께 물었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조용히 주님께서 말씀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상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묵상’ (고 이태석 신부 작사·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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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4일 한 사제가 선종했다. 마지막까지 "에브리싱 이즈 굿(Everything is good)"이라고 말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고 하느님 곁으로 조용히 떠난, 한 신부의 짧은 삶을 담담하게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울리면서 온 세상을 흔들고 있다.

영화 ‘울지 마, 톤즈(Don't cry for me Sudan)’는 지난 2010년 11월에 영화의 본고장 LA에서 개봉되어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못한 참회의 눈물을 펑펑 쏟게 하더니, 지난해 12월23일 성탄특집으로 KBS 1TV에서 ‘이태석 신부, 세상을 울리다’가 방송되면서 그 열기는 더 뜨거워져, 영화 속 주인공인 고 이태석 신부님 한테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다고 이구동성으로 고백하고 있어 큰 화제를 모우고 있다.

이 신부의 고향은 부산이다. 어머니는 자갈치 시장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10남매를 키웠다. 인제의대를 졸업한 그는 가난한 집안의 기둥이었다. 그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사제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부가 된 형도, 수녀가 된 누이도 있었다. 어머니는 눈물로 반대했다고 한다. “남의 아들은 (신부로) 가면 다 훌륭하고 거룩해 보이던데... 왜 내 자식은 몇 명이나 데려가시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머니께 효도 못 하고 벌어주지도 못 해서 죄송하다. 그런데 하느님께 자꾸 끌리는걸. 어떡하느냐?”고 울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뒤늦게 신학대에 진학했다. 이 신부는 2001년 로마 교황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자청하여 아프리카 수단으로 갔다.

내전 중인 남 수단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고 말라리아, 콜레라 등으로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어가는 최악의 상황이라 그곳을 자원하는 성직자는 거의 없는 곳이었다. 이 신부는 남 수단 톤즈라는 곳으로 갔다. 그는 톤즈의 유일한 의사가 되었다. 100km를 걸어서 밤에 문을 두드리는 환자, 밤낮 사흘간 걸어서 찾아온 환자들도 있었다. 그곳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톤즈 전역에 돌았기 때문에 하루에 300여 명의 환자들이 몰려왔다

공간이 모자라 이 신부는 손수 벽돌을 구워서 병원을 지었다. 학교도 지었다. 초, 중, 고, 11년 과정을 꾸렸다. 거기서 이 신부는 헐벗고, 굶주리고, 다치고 병들어 희망을 잃어버린 주민들에게 의술과, 교육, 예술 등을 따뜻한 가슴으로 베풀었다. 그리고 올해 1월14일 48세의 젊은 나이에 대장암으로 선종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수단의 슈바이처’라 부른다. 배고픈 아이들, 불쌍한 환자들, 특히 수단인조차 외면하는 한센인들의 신발까지 만들어 주면서 돌보는 그의 선한 시선과 해맑은 미소가 장면 장면마다 배어나와 사람을 울린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따라 행동으로 충실하게 실천하면서 살다 떠난 이 신부의 짧은 삶을 담은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왜 그토록 마치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펑펑 울었을까?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메시지 앞에서 과연 자신들은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되돌아 볼 때, 너무나 초라하고 부끄러워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펑펑 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신부님은 우리 곁에 잠시 소풍 나오셨던던 예수님이 아니셨나 싶다.

이 세상에는 꿈만 꾸는 사람과 꿈을 현실로 옮기는 두 가지 사람이 있다. 남을 진실로 한 번도 뜨겁게 사랑하지 못했다는 깨달음이 이토록 사람을 부끄럽고 슬프게 하는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발행일 : 201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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