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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 대하여

작성자
최창균
작성일
2011-06-17
조회
537

인연에 대하여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한 인간의 삶은 그가 태어나 만난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 그 자체일 수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불가(佛家)에서는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동료, 하물며 애완동물이나 물건, 장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인연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전생에서 뿌린 업의 결과로 만난 사람들이니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 개중에는 악연도 있지만 한사람, 한사람이 다 소중하다.

 

불가 용어에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게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 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남만 도 그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이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안에, 내 손아귀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물 때문에 속상해 하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좀 무책임한 것 같지만 참 많은 위안을 주는 지혜다.

 

여고동창생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신문에서 글을 읽고 혹시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그 친구가 맞다면 너무 반갑다고 썼다. 친구는 나를  갈래머리에 초록색 빵떡 모자, 약간의 주근깨, 해맑은 모습 등등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벌써 30년이 더 흘러버렸지만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여고시절이 떠올랐다. 목련꽃과 벚꽃이 아름다웠던 교정에서 웃고 떠들며 지내던 소녀들. 시절인연(時節因緣)으로 끝나버린 그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

 

 

함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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