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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일 아침에
7월 말일 아침에
나는 1976년부터 반포지구에서 살고 있다. 1986년에 주공아파트 2단지(지금의 래미안퍼스티지)에서 경남아파트로 이사하였다. 그냥 2단지에서 살았으면 더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18평, 25평, 43평으로, 둘이 월급을 모아, 아파트 평수를 늘렸는데. 반포에서는 아직까지 아파트 당첨이 된 적이 없다.
1987년에 물난라를 크게 겪었다. 이 곳 큰길, 고속터미널 지하상가가 빗물에 잠겨 큰 소동이 났었다. 때문에 내가 중국에서 애써 가져온 그림들이, 지하상가 표구상의 침수로, 고화가 되어 돌아왔다. 다행히 아파트 전체는 무사하였다.
오늘 아침 8시경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정원을 내려다 보니 참새 소리가 자두나무들 쪽에서 났다. 내려가 보니, 예상대로, 잘 익은 자두들이 떨어져 있어서 주워다가 잘 먹었다. 25년동안 이 곳에서 살았는데 자두나무, 살구나무들이 우리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것을, 이번 여름 비 때문에, 나는 처음 알았다.
"예술의 전당" 동쪽 우면산에 올라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뜻밖에 빗방울이 떨어져서, 집에 와서 우산을 가지고, 잠수교 동편으로 산보를 갔다. 진흙으로 뒤덮인 도로, 나무들 물청소로 사람들이 애쓰고 있어서 발걸음을 잠수교 서편으로 돌렸다. 이 곳에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청소에 열심이었다. "철혈기갑 전차중대", "서울시자원봉사센터"라는 글이 보이는 천막들이 있었다. 나무에 매달린 오물들도 손과 물로 하나하나 제거하고 있었다. "버리는 사람, 치우는 사람 따로따로"가 분명하였다. 군인과 "송파구" 봉사대원이 많이 보였다.
이 곳 "서초구" 사람으로서 얼굴을 들고 한강변을 다니기가 민망하여, 나는 아파트 단지내로 되돌아 와서 산보를 하였다. 아파트재개발 추진 관련 플래카드들이 보인다. 빗줄기가 굵어져서, 운동화 속으로 빗물이 들어와 양말이 흠뻑 젖었다. 땀과 빗물로 뒤범벅이 된 채 집으로 돌아오니 11사가 되었다.
한강변 청소에 애쓰고 계신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