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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기예보도 예능프로?

작성자
최창균
작성일
2011-11-04
조회
447



     
한국은 일기예보도 예능프로?
조선일보 2011.4.3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9/2011042901225.html
기무라 일본 저널리스트

 

선배님을 만났다. 일본 방송사에서 은퇴 후, 한국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그 선배님은 얼마 전 '재난보도의 한일 비교' 토론회에 참석했던 이야기를 했다. 3월11일 일본 지진 이후 한국에서도 재난보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선배님은 아마도 토론회에서는 밝히지 못한 내용인 듯 나에게 슬쩍 말했다. "한국에서 재난보도를 강화하려면 우선 일기 예보부터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의 일기 예보는 어느 방송국에서나 아주 비슷하다. 화면 전체 크기의 기상도 앞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높은 목소리로 마치 속사포처럼 말한다. 기상 캐스터의 탁월한 미모에 빠져 있는 사이 1분 남짓한 기상 코너는 끝나버려 '어, 오늘의 날씨는 어떻다 했지?'라고 내심 외치는 일도 종종 있다.

 

일본에서 기상 코너는 '기상예보사(氣象豫報士)'가 맡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진이나 태풍, 호우에 매년 시달리는 일본에서 일기 예보는 방재정보와 다름없고 특히 농림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생활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기상예보사는 그러한 정보가 부적절하게 전파돼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기상청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1993년에 도입된 국가자격이다. 매년 2회 실시되는 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6%로, 문은 매우 좁다.

 

일본에서 일기 예보는 뉴스 속에서 보통 3분 반~5분 정도로 자세히 다뤄지고,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기상 코너를 확대하고, 기상 캐스터가 자세한 해설을 한다. 일본의 TV화면에는 젊고 예쁜 여성뿐 아니라 옆집 형 같은, 아버지 같은, 때로는 할아버지와 같은 기상 캐스터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지식을 가진 기상 캐스터의 존재는 기상 코너의 신뢰도를 향상시켜 왔다.

 

기상예보사는 한국에도 있는가? 궁금해서 온라인 사전에서 '기상예보사'를 쳐 보니 '기상 캐스터의 우리말 순화어'라고 나온다. 설마 해서 한국 기상청에 문의해 봤더니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제정에 따라 한국에서도 기상예보사라는 면허 제도가 신설되었다고 한다. 이 면허는 기상예보기술사 또는 기상기사라는 국가자격을 취득한 후, 기상관련 업종에 2년 이상 종사하거나 전문교육을 140시간 이수해서 기상청에 신청하면 기상청장으로부터 교부된다. 덧붙이자면 역시 매년 2회 시행하는 기상기사시험 합격률은 53% 정도라고 한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기상 캐스터에게는 기상예보사 자격의 유무를 따지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하다.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하는 캐스터가 비 내리는 날은 비옷, 추운 날에는 장갑이나 귀덮개를 하고 나오긴 하지만, 귀여움이나 예쁘장함은 더해져도 전달하는 정보의 신뢰성에는 그다지 기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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