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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버핏세의 부조화

작성자
최창균
작성일
2011-11-14
조회
555

한나라당과 버핏세의 부조화

김영용| 2011-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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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부유세인 '버핏세’ 도입이 논의중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부자정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모호한 주장을 한다. 또한 조세형평을 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하지만 지금도 납세의무자의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고 고소득층이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는데, 고소득층이 얼마를 더 내야 조세형평성이 달성된다는 말인가? 소득 높은 데서 덜어 내 낮은 곳을 채워 달성되는 하향평준화는 하지하책이다. 궁극적 해결책은 성장률을 높이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인기영합주의에 유혹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식에 기반을 둔 건전한 정책이 정권창출의 최선책이다.
 
 

요즈음 대한민국 국회를 보면 과연 국익을 조금이라도 위하는 기관인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상 자신들이 중심이 되어 성사시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은 10.26 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가 출신인 비정당인에게 패배한 충격이 큰 탓인지 이른바 '버핏세’라고 불리는 부자세 구간 신설을 갑자기 들고 나왔다. 소득 구간과 세율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부자 정당 이미지 탈피가 목적?

 

그런데 버핏세를 도입하겠다는 동기가 모호하다. 부자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부자 정당 이미지라면 매사에 철저하지 못하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자신들의 행태가 그러해서 생긴 것이지, 특별히 부자들을 위한 어떤 정책을 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제는 물 건너간 감세 기조도 '부자감세’라는 용어 싸움에서 야당에 진 결과다. 나라 경제의 활력을 위해 조세를 덜 걷는다면 이제까지 많은 세금을 내던 사람들의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개인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납세 대상자의 절반을 웃도는 마당에 부자감세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어물어물하다가 여론을 비우호적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부자 정당의 이미지를 벗는다고 도리어 '부자세’를 들고 나온 한나라당의 모습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부유세는 없어지는 추세에 있다. 독일, 일본, 네덜란드, 덴마크 등이 과거에 시행했다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했고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과 핀란드도 각각 2007년과 2005년에 폐지했다. 물론 다른 나라들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도입할 이유가 있으면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고작해야 조세 형평을 기함은 물론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논리적 이유다.

 

 

얼마를 더 내야 조세형평이 달성되나

 

그러나 별로 설득력이 없다. 지금도 세금은 고소득층이 한결 많이 내고 있으며, 면세점(免稅點) 이하의 소득층이 전체 납세 대상자의 절반을 넘는다. 지금도 고소득층이 세금을 한결 많이 내고 있는데, 얼마를 더 내야 조세 형평성이 달성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있을 수 없다. 자의적일 뿐이다. 또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높은 데서 덜어내 낮은 곳을 채움으로써 이뤄지는 하향평준화는 문제 해결의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그리고 부자들이 바보가 아닌 한, 그들 재산의 해외 도피와 투자 의욕 상실 등으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아주 낮은 수준의 하향평준화를 달성할 수 있을 뿐이다.

 

고소득층에 무거운 세금을 매겨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다분히 사회주의적이다. 요즈음 여러 가지 사안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른바 '반값’, '무상’ 시리즈가 다 그런 것이다. 여기에 지금 한국이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이를 경계하고 나라의 운용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한나라당이 앞서서 반값 시리즈 복지를 제안하거나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보수를 표방하는 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

 

 

건전한 정책이 정권창출을 위한 최선책

 

좌편향적인 정책의 문제점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는 물론 사유재산 제도를 부정하거나 경시하는 데서 연유한다.

 

정치인의 유권자들의 표에 대한 집착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표를 얻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인기영합주의에 유혹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설픈 사탕발림에 넘어갈 정도로 우매한 존재들은 아니다. 국익을 위하는 자세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만들어진 건전한 정책이 정권창출을 위한 최선책이라는 사실을 여당이나 야당은 모두 알아야 한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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