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은근과 끈기

작성자
최창균
작성일
2011-12-12
조회
861
은근과 끈기
2011.12.07
 

나는 28년 전에 아래의 글을 썼다. 이 글은 이미 내 Facebook(http://facebook.com/ckchoiyou)에도 실려 있다[이 자유게시판에도 실려 있음]. 그 동안 내 생각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은근과 끈기" 면에서 우리는 앞의 신문기사들에서도 엿보이듯이 지도자 양성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 특히 정치면에서는 더욱 지도자 양성을 소홀히 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3김(金)" 이후 지도자다운 정치가가 보이지 않았다. "안철수, 박원순 바람"이 바로 이를 대변하고 있다. 임기응변적인 당리당략으로 속칭 정치지도자가 되고 있다. 한심하다. 인성교육의 실종 때문이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성하고 다시 " 은근과 끈기" 있게 인성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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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의 글]]

은근과 끈기

최창균(공대 부교수. 화학공학)

[서울대 대학신문(1983.10. 10: 개교 37주년 특집),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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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학창시절에 우리 배달겨레의 대표적인 민족성의 하나가「은근과 끈기」임을 귀에 익도록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참다운「은근과 끈기」가 있는 사람들인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특히 「끈기」면에서는 부정적인 모습이 일상생활에서 너무 쉽게 눈에 보인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본인의 주관적인 소견을 두서없이 서술하여 보겠다.

 

대학생들의 대부분이 "대학의 주인은 대학생들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의 주인은 서울대학생들이다. 실제 이러한 소리를 간혹 학내에서 듣고 있다. 그렇다면 입학, 졸업에 따라 계속하여 주인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은근과 끈기」에 위배되고 더욱이 서울대학교가 국가의 재산이며 국민 모두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서울대학교를 학생은 물론 국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계속 보유하고 아끼고 사랑하며 후원을 계속하여야 될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독지가가 서울대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장학사업은 물론 시설지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유산을 기증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본인은 이러한 견해에서 실망하고 나아가서 서글픈 마음을 갖게 된다.

 

대학생들은 부정과 불의를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졸업생이라고 본인은 믿는다. 과연 대학시절에만 부정과 불의를 참을 수 없는 것일까? 서울대학교만 하더라도 벌써 얼마나 많은 졸업생들을 배출하였는가? 참다운「은근과 끈기」가 있는 민족이라면 참고, 기다리고, 올바른 생각을 서서히 전파하며 실천하여 왔을 것이다.

 

앞으로 졸업하여 나가는 학생들만이라도 밝은 마음과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굳은 의지력이 지속되어「은근과 끈기」있는 배달겨레임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연구면에서는 어떠한가? 본인의 경우, 지난 10년이 넘도록 단일 주제인 「유체층의 열적 불안정성」에 관하여 연구를 지속하여 왔다. 작년에 어느 기관에서 이에 관하여 초청강연을 한 바 있다. 강연을 하기도 전에 "또 그것이군!"하는 어느 현명한 분의 말씀이 본인의 귓전을 두드렸다. 10년 동안 지루하게 그러한 연구를 하는 것이 자못 못마땅하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미국에 있는 교수들로부터도 유사한 경험을 우리나라에서 가졌다는 소리를 몇 번 들었다. "선생님, 요즈음 무슨 연구를 하고 계십니까?" "xxx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아니, 아직도 그것을 연구하고 계십니까?"이러한 대화가 오갈 때 보이는 뉘앙스를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본인 지도하에 석사학위를 취득한 대학원 졸업생들의 대부분이 학위논문을 작성, 제출한 후에는 또 다시 대하기가 싫었다는 투로 이야기를 하여왔다. 바로 「은근과 끈기」가 결여되어 있음을 노출하고 있는 한 단면이 된다.

 

본인이 제7차 국제열전달 회의에서 논문 발표를 위하여 독일 뮌헨시를 방문하였을 때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진실된 「은근과 끈기」가 여실히 독일인에게서 엿보였다는 점이었다. 한 예로, 1940년대 세계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궁궐을 1982년 9월에도 복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러한 복원사업이 가능할 것인가? 공기단축을 자랑하기 위하여 수년 내에 끝냈을 것이 틀림없다. 또한 거주지를 자주 옮겨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함인가?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교정책은?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 「은근과 끈기」가 보이지 않는 점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배달겨레는 「은근과 끈기」가 없단 말인가? 현재 KBS-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대하드라마 「개국」을 보라. 조선 5백년사를 상기하여 보자. 또한 오늘날의 우리를 살펴 보자. 우리는 단일민족이다. 「은근과 끈기」가 있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가 조속히 버려야 할 중상모략이 면면히 「은근과 끈기」있게 이어 오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최승은이가 공부를 잘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를 우리가 올바르게 인정하게 될까? "나도 승은이처럼 교수의 딸이라면 (또는, 열심히 공부한다면) 공부 잘 할 수 있어!"환언한다면, 최승은 본인의 능력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확대시킨다면, 바로 중상모략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은근히 끈기 있게 중상모략하는 습성을 지녀왔다고 본인은 판단한다. 능력있는 사람을 인정하고, 올바른 소리를 이야기하며, 이를 귀담아 듣고 실천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우리 스스로가 서서히 마련하여야 한다.

 

급진적인 변화는 대부분의 경우 위험과 마찰이 뒤따른다. 이와 관련하여 태국 부미볼 국왕의 말이 회상된다."아편경작을 대책 없이 갑자기 전면 금한다면 경작자가 생계 위협을 받으므로 도적, 반도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용한 대체작물을 경작하게 하여 아편보다 이익이 많음을 보여주어 서서히 아편경작을 감소시켜 가고 있다."바로 「은근과 끈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법은 상식이다. 상식은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우리의 대부분이 올바른 상식을 가지고 있을 때, 올바른 법이 제정되고 실행된다고 본인은 굳게 믿는다. 올바른 상식을 우리 모두가 보유할 날이 올 수 있도록 참다운 「은근과 끈기」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에게 있다. 이러한 능력배양을 위하여 학창시절이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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