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올 한 해 떠돈 황당 트윗들
[태평로] 올 한 해 떠돈 황당 트윗들
이철민 디지털뉴스부장
조서일보(2011. 12. 16)
올 한 해 허무맹랑한 얘기들이 많이 트위터에서 떠돌았다. 이념적 편향성과 정치 목적까지 버무려진 허위 트윗은 일단 빼자. 1월 29일 "여성들의 ROTC 지원율이 너무 낮자, 정부가 여성 ROTC 출신은 제대 후 삼성이 특채하는 조 건으로 각 학교 학군단과 계약했다"는 트윗이 돌았다. 취업난 시기에 이 트윗은 곧 번졌고, "이런 특혜가 이 정부가 말하는 공정사회냐"는 비난으로 확대됐다. 이틀 뒤, 국방부 대변인실은 트위터에서 "사실이 아니다. 여성 ROTC 지원율은 높은 편이며, 2010년 숙명여대 여성 ROTC 지원율은 4 대 1이었다"고 해명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原電) 재난은 한동안 '루머 공장'이 됐다. "3월 17일 오후 4시 한국에 첫 방사성 비가 온다. 바람도 한국 쪽으로 바뀌었다"는 한 디자이너의 트윗은 4월 7일 전국에 비가 오면서 "비 맞으면 여자는 이상한 아이를 낳고, 남자들은 탈모가 된다" "비에서 방사능 냄새가 난다"는 내용으로 발전했다. 당일 우리나라로 방사성 물질이 넘어오지 않는다는 기상청 발표나, 비에 섞인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아주 무해(無害)한 수준이라는 의료계의 발표는 당장 괴담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통영의 학생들 사이에선 6월에 "연쇄살인범이 도피생활을 하며 살인행각을 벌인다"는 트윗이, 7월 구미와 11월 순천에선 각각 "미녀가 권한 술을 마시고 깨보니 콩팥이 없어졌다" "공원에서 장기적출(摘出)된 여고생 시신 발견" 등의 헛소문이 돌았다. 한 여중생과 20대 무직자들의 짓이었다. 6월 4일 여중생 성폭행·납치범 김길태를 이송 수감한 청송교도소는 열흘 뒤 그가 이 교도소에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 했다. "김길태가 탈옥해 천안에 있고, 길에서 직접 봤다"는 천안의 한 남학생 트윗 때문이었다. 7월 말 폭우가 쏟아진 서울에선 "방배역 근처에 열어놓은 맨홀로 사람이 빠져 죽었다"는 트윗이, 가을엔 마취약을 냄새 맡고 정신을 잃은 사이 돈과 장기를 빼간다는 '건어물' 트윗이 전국을 돌았다. 모두 거짓이었다. 이쯤 되면, 유명연예인이 "집에서 '숨 쉰 채' 발견됐다"는 유의 트윗은 당사자로선 불쾌하겠지만, '못된 장난' 정도로 보이기까지 한다.
내년에도 허위 트윗은 사회불안 심리든 총선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거리든 다양한 요인에 기생(寄生)해 우리 주변에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루머는 당국이나 전문가들이 꾸준하고 책임 있게 설명하면 결국 소진(消盡)한다. 지난달 말부터 열흘 새 2명이 의인성(醫因性) CJD(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로 숨지자, 이를 다시 '인간 광우병'으로 엮어보려는 일부의 시도가 별 호응을 받지 못한 것이 좋은 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이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비와 눈을 두려워하는 이는 별로 없다. "진실이 바지를 입기도 전에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거짓말"(윈스턴 처칠)과의 싸움은 어렵지만, 이기면 그만큼 '학습·예방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루머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 전날 밤 술자리에 누가 있었는지, 이들 간에 오간 돈이 얼마인지 발표 때마다 달라지는 수사 결과나 청와대 행정관은 '인권 차원'에서 쏙 빼고 발표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도쿄 술자리 수사 결과, 그리고 검찰총장이 분식회계로 기소된 피의자와 함께 식사를 했다는 뉴스는 그래서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