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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값진 성공의 경험(과학동아, 졸업생)

작성자
김은옥
작성일
2012-05-07
조회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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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화학을 기초로 한 에너지 변환 및 저장 분야는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각광받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서울대 ‘광 및 전기화학 에너지 연구실’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석사 졸업 후 찾아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인연을 맺었던 성영은 교수가 서울대에 새로 부임해 받은 첫 제자가 바로 필자다. 아무것도 없던 실험실에서 청소, 전화설치, 전기 배선 공사 등 실험실을 꾸리던 첫 출근의 기억이 생생하다.

2009년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혈기 왕성한 나이였던 그 때, 아침에는 화학공학과 건물로, 새벽녘에는 집으로, 관악산 중턱을 오르내리면서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연구실에서의 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실 생활은 삶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에서의 희열’을 맛보게 해줬다. 몇 달 동안이나 기대하던 실험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집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무언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잠 못 이루고 다시 실험실에서 실험을 했다. 마침내 원하던 실험결과가 나왔을 때 그 기억은 잊을 수 없다. 동틀 녘 필자가 만든 촉매에서 원하던 성능을 얻었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기뻐서 혼자 실험실에서 노래를 부르며 좋아하다가 아침 일찍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보고 어색해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값진 성공의 경험이었다. ‘모든 것은 순간이고 지난 것을 그리워하느니라’는 푸쉬킨의 ‘삶’이란 시처럼 아직도 박사학위 시절 어느 새벽녘 느꼈던 그 희열에 대한 배고픔은 어쩌면 평생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이 기억은 나에게 일할 수 있는 인생의 원동력이다.

현재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에서 연료전지 전극 촉매에 관한 연구와 수소 제조 촉매 개발을 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동안 서울대에서 전기화학을 기반으로 한 전극 측정 및 개발을 했고 이것을 기반으로 현재 실증적으로 연료전지를 운전하고 평가한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발전소, 휴대용기기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될 것이다. 2015년부터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가 도로 곳곳을 누비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전기는 특성상 저장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잉여전력을 흘려보내는 것보다 수소를 만들어 에너지를 저장해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수소는 지역적 제한이 없고 에너지 수송,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성이 아주 크다. 앞으로 다가올 수소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이러한 에너지와 관련 분야를 연구할 수 있게 도와준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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