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다녀온 촛불 문화제 상황 보고입니다.

5월 31일(토) 7시 시청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따로 가신 분들도 많겠지만 같이 간 사람은 화생공에서 늦게 오거나 먼저 간 사람까지 포함하여 10 여명 정도였고, 문화제에는 10만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습니다.

집회에는 어린이, 고등학생, 대학생, 30, 40대 아주머니, 노인 분들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하여 발언하였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강행과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며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집회가 끝나갈 즈음 오후 9시 경, 운집했던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며, 청와대로 가자며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청와대로 가는 길은 길목마다 전경 버스와 전경들로 막혀 있었습니다. 10만 여명의 시민들은 어떻게든 길을 열어보고자 힘을 썼고, 여차저차하여 경복궁 앞, 광화문 근처 두 곳, 하여 총 세 곳에서 전경과 대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치하고 있는 동안 시민들은 서로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에 맞춰 마임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광화문 근처 한 곳에서 전경과 30여 미터 거리를 두고 앉아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배고플까봐 다양한 단체에서 과자와 김밥, 음료수를 보내오셨고 그것을 먹으며 몇 몇 시민 분들의 자유 발언을 들었습니다. 어떤 분은 ‘전경이 가로 막고 있어 집에 갈 수가 없다’며 집에 보내달라고 전경 앞에서 소리치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벽 4시까지 평화롭게 ‘폭력경찰 물러가라’, ‘국민주권 지켜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해산하라’는 방송이 있은 후 앞에 있던 경찰들이 하이바를 쓰고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고, 몇 몇은 곤봉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살수차에서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습니다. 물대포에 맞은 사람들은 뒤로 밀쳐졌고, 저도 왼쪽 눈에 물대포를 맞아 안경이 날아가고 살짝 멍이 들었습니다. 겁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 조준하여 쏘았기 때문에 다친 사람들이 많았고, 오른 팔에 물대포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도 크게 멍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경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방패로 땅을 찍으며 사람들을 밀쳐냈고 2열에 있는 전경들은 몽둥이로 머리를 가격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있던 대열은 계속 뒤로 밀렸고, 그 와중에 다친 사람들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느 정도 밀렸다 싶었을 때, 전경들이 멈춰서더니 다시 물대포가 발사됐습니다. 대치하던 사람들은 견뎌내지 못하고 뒤로 돌아 물러났습니다. 저는 전경과 대치하던 2번째 열에서 앞 사람과 붙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뒤로 돌아 물러나는 과정에서 저도 떠밀려 뒤로 돌았습니다.

그리고 한 두 걸음 떼었을 때 등에 물대포를 맞았고 몸이 살짝 뜨면서 바닥에 넘어졌습니다. 이 와중에 왼쪽 다리를 삐었고 다리의 통증과 물대포를 맞은 추위 탓으로 ‘저체온 증’으로 잠시 정신이 혼미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보건의료팀이 응급처치를 해 주었고 시민들이 전경을 막아주는 사이 응급차를 타고 한양대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그리고 왼쪽 발목에 인대가 늘어나서 기브스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그보다 더한 사람들도 많더군요. ‘광우병 쇠고기 반대 국민대책회의’에서 집계한 피해 사례 몇 개만 소개하겠습니다.

새벽 5시경 물대포가 발사한 물이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하여 맞으면서 앞으로 넘어짐 그리고 경찰이 던진 물건에 뒤통수를 가격 당함. 경찰들에게 오른쪽 가슴과 옆구리 및 다리를 방패로 가격 당함. 6월 1일 현재 백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중.

김○○ 25세

새벽 5시경 뒤돌아서 가는데 경찰들이 달려와서 방패로 가격함. 왼쪽 머리 뒤쪽 찢어짐. (열상) 지혈이 되지 않고 있어 CT, X-ray 찍어봐야 함. 위 사람이 넘어진 상태에서 경찰들에 포위하여 넘어트린 다음 방패와 군화발로 집단구타 당함.(등쪽과 다리 등) 6월 1일 현재 백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중.

정○○ 23세

새벽 5시 30분경 물대포가 발사한 물 수압에 의해 귀고막 3분의 2가 없어짐. 특히 이분은 인도에서 구경하다가 변을 당함. 6월 1일 현재 백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중.

박○○ 37세

새벽 5시경 경찰의 물대포에 가격당함. 이후 경찰이 달려와서 군화발로 가슴, 배, 머리 등을 집단구타 당함. 이 과정에서 넘어진 피해자를 군화발로 가격하고 그 힘에 의해서 머리를 아스팔트 도로에 부딪히게 됨. 현재 MRI 검사결과 귀 뒤쪽에 뇌출혈 증세가 있으며, 가슴이 매우 아픈 상태임. 6월 1일 현재 백병원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김.

유○○ 24세

오전 7시 30분 경 경찰 진압이 들어오면서 도망가려다가 잡혀서 집단구타 당함. 머리가 찢어지는 열상. 6월 1일 현재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 진료 중 >>

이상 제가 보았던 5월 31일 촛불 문화제의 상황보고입니다.

이제 이성적으로 상황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5월 30일 (금) 촛불집회에 함께 가자고 올렸던 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몇몇 분들께 이 글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매국노와 같다’라고 느껴지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화학생물공학부 사람 모두를 아우르는 학생회 책임자로서 학우 분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분명 그렇게 느끼게 한 저의 잘못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글의 취지는 1) 장관 고시가 강행된 지금의 상황을 알려드리고 2) 이 상황에 분노하거나 참을 수 없는 화생공 학우는 따로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말고 가능하면 함께 가자라는 취지의 글이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매국노와 같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굴욕적인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 재협상 요구 80%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장관 고시를 감행한 이명박 정권, 살수차와 전경 등 공권력을 동원하여 시민들을 진압하는 이명박 정권의 강경진압에 대해 이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분노를 느끼는 화생공 학우 분들이 있다면 함께 하자는 취지의 글이었습니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분들의 생각을 받아 안는 것도 제 역할이지만 거기에 참을 수 없고 분노하는 적지 않은 화생공 학우들의 마음을 받아 안는 것 또한 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불쾌하게 다가간 학우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미 많이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AI에 걸렸을 확률이 다분히 높은 닭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국내에서 그런 닭은 도살되고 말지만요.)

국민적 합의 없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 몇 일만에 굴욕적으로 30개월 이상 뼈 있는 소고기 수입에 대해 합의한 점, 이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려고 하지는 않고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는 등 숨기려고 한 점, 미국의 검역체계가 불완전함을 미국에서도 인정함에도 우리나라 주권으로 전수검사조차 할 수 없는 점,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도 수입금지 조치를 할 수 없는 점, 국민의 80%가 재협상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장관 고시를 강행한 점, 이에 불응하는 시민들에 대해 살수차와 소화기, 곤봉을 동원하여 강경진압한 점 등은 명백히 잘못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할 것이며 또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위대가 폭력적이지도 않지만 시위대가 폭력적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몇 일만에 소고기 협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반발했고 자발적으로 청계광장에 모여 ‘평화적으로‘ 촛불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 공기업 민영화, 교육정책, 대운하, 물가상승 등에 반발하며 중고생, 노인 분들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신문, 방송 등에서도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서 계속해서 경고했고 국민들은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이 장관고시 전 23%, 6월 1일 현재 19.7%인 점과 한겨레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고기 재협상 요구가 7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폭력적으로 장관고시를 감행했습니다. ‘국민들은 무식해서 잘 모른다’, ‘내가 하면 따라오면 된다’ ‘사람들이 모인 게 뭐 중요하냐,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을 찾아내란 말이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넷을 통해 ‘장관 고시가 감행됐습니다!’라며 장관 고시를 알리면 될까요? 더 많이 알려서 재협상 요구를 90%로 만들면 될까요? 촛불집회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면 될까요?

무엇을 해야 된다는 것은 없습니다. 당연히 깊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하겠지요.

시위대가 폭력적이지도 않고, 폭력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도 않지만 ‘시위대가 폭력적이어서 문제다’라는 문제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이미 이명박 정권이 대다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장관 고시를 감행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 상황에서 과연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것이 중우정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고생, 대학생,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등등 아무 것도 모르는 국민들이 여론에 휩싸여 가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현실참여이자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만 해도 반대하는 경우 무엇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충분히 객관적 사실이 전달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여론이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상황을 너무도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있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무엇이 맞는지는 함께 토론을 하며 풀어갈 문제이지요.

선배들이 물려준 현실을 생각하며 후배들을 위한 미래를 열어가자는 말은, ‘반드시 촛불집회에 참여해야만 후배들을 위한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은 ‘반드시 촛불집회에 참여해야만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사회에서는 이렇듯 중고생과 노인 분까지 거리에 나오며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학교를 다니는 국립 서울대생인 우리들은 그만큼 더 많은 고민과 토론을, 그리고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요?

후배들에게 멋진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나라가 떳떳해지고 누구나 잘사는 벅찬 역사를 가꾸어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더 많은 고민과 토론과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요?

국가란 그 구성원인 국민 즉, 우리가 다스리고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국민이 주인 된 ‘民主주의’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도 그 ‘民’임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고,

아니, 오히려 우리는 ‘큰 배움’, ‘大學’.

‘大學生‘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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