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성을 회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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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 2011-11-28 |
[요약]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사건은 의원의 품격문제를 떠나 테러이며,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였다. 헌법에 국회의원은 국익과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최루탄 투척과 회의장 점거 등 폭력을 휘두르는 야당은 물론이고, 지역구 눈치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반대와 기권을 한 여당 의원들도 헌법에서 말하는 의원의 직무와는 멀어도 한참이나 멀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 국회는 최루탄 가스와 고함과 울부짖음이 아니라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국회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은 미리 준비해간 최루탄을 터트렸다. 이후 본회의장에서 끌려 나와 격리됐던 ‘최루탄 의원’ 김선동은 “국회를 폭파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비준동의안 통과에 항의하며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서 고함 치고, 삿대질 하고, 눈물 흘렸다. 국회 선량(選良)들의 분노 감정이 이성보다 앞선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행동으로 보기엔 품격이 많이 떨어졌다.
국회 최루탄 투척은 테러를 넘어 의회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부정
국회법은 “(국회)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품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규정하지 않지만 누가보아도 품격 있어 보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최루탄 투척이 품격은 아니다. 국회법은 제148조에 “(국회)의원은 본회의 또는 의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도 규정했다. 최루탄은 회의장에 가지고 들어올 수도, 터뜨려서도, 그것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해서도 안 되는 흉기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국회 폭파’ 운운했던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은 테러의 수준을 넘어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였다. 자신의 최루탄 테러를 윤봉길 의사의 폭탄투척 의거에 비유했지만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서러움과 국회 내에서 다수당이 밀어 붙이는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아내지 못한 ‘화’를 동일시하는 지성의 수준은 밑바닥을 알 수 없다. ‘최루탄 의원’의 바닥 모를 지성의 수준은 그가 속한 민노당이 주장하는 한·미 FTA 반대 논리의 수준과도 일치했다. 만일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 행위를 민노당 지도부가 미리 알고 있었다면 공모(共謀)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막지 않았다는 것은 “해도 좋다”는 식의 동의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편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고함과 눈물, 삿대질의 분노 역시 한·미 FTA를 이해하는 그들의 수준과도 괘를 같이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이나 비준안의 표결을 막기 위해서는 회의장 점거는 물론이고 최루탄 투척과 같은 폭력행사도 당연히 ‘정당화’ 되는 야당의 수준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최루탄 투척이든 회의장 점거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자칭 ‘진보’의 논리인가.
의원들은 국익과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나
들여다보면 2011년 11월 22일 벌어진 국회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의 폭력과 반(反)지성은 한·미 FTA 찬반 논의 과정의 억지, 선동, 괴담과도 유사하다. 원래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의원들의 ‘뼛속까지 반미(反美)’와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반(反)기업 의식과 수출 증대, 일자리 창출, 국민생활의 향상은 함께 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남은 것은 광기(狂氣)에 비유될 정도의 비이성적 감정 분노뿐이었다. 국회 회의장 최루탄 터트리기를 독립운동가의 수류탄 투척에 비유하는 운동권식 소아병적 영웅의식은 차치하고라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가 된다는 반미 선동, 맹장수술 비용이 천만 원이 될 것이라는 ‘초딩’ 수준의 괴담, 노무현 정부 장관 재직 시에는 미국 고위관리들에게 한·미 FTA를 지지하고 다니다가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나라 팔아먹는 조약’이라고 비난하는 국회의원들의 자기모순, 노무현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국익 증대를 위해 밤새워 협상을 해낸 외교관을 ‘매국노’라 지칭하는 몰염치 이 모두 비이성적이고, 언어 폭력적이고, 유치하다.
이번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와 기권 역시 좋은 모습으로 보여 지지는 않는다. 독재국가 북한에서와 같은 강제 선거도 아니고 민주국가 의회 투표에서 소신에 따른 반대표가 나온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홍천 출신 한나라당 의원이 출신지역 유권자를 의식하여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한 것은 자신의 의식이 아직도 자신이 지냈던 도의회 의원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 한·미 FTA 비준동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역시 국익보다 ‘몸싸움 반대’라는 소수집단의 입장을 앞세운 것으로 보아야 한다. 기권한 국회의원과 반대한 국회의원 두 경우 모두에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는 헌법 제46조 ⓶항을 무시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국민은 이성적 토론이 지배하는 국회 원한다
이제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 동의안 강행처리에 대한 역풍이 무서워 김선동 의원에 대한 사법 처리를 미루고 있는 비겁함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본회의장 최루탄 테러’는 과거 ’전기톱 사건’과 ‘해머 사건’과 ‘공중부양 사건’이 처벌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이번마저 김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은 누구나 터트려도 되고, 더 큰 폭력적 무기도 회의장에 가지고 들어와도 되는 최악의 비극이 발생할 것이다. “야당이 무서워서”, “내년 예산안 통과 때문에”, “의원 임기 말인데”라는 변명은 변명일 뿐이지 법치도 당당함도 아니다. 자칭 ‘율사(律師)들의 정당’ 한나라당은 국회의원의 국회법 준수라는 ‘법 앞에 평등’을 준엄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영화배우 유아인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국회의원을 겨냥해 “(국회의원의 모든 일이) 뮈든 간에 국민들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국회에 대한 평범한 서민들의 바램 일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 국회는 최루탄 가루와 고함이 가득찬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에 관한 이성적 토론이 지배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소망일 것이다. 18대 국회를 마무리하며 여야는 이 서민들의 작은 소망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의 미래는 없다.
김인영 / 한림대 교수, 정치행정학